회복의 여정

나의 힘듦을 인정해주지 않는 엄마에 대한 이해

아코아02 2023. 2. 19. 21:20

오랜만에 본가에 다녀왔다.
 
밤늦게 언니와 함께 자려고 누워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니는 자영업자로 그동안 동업자와 둘이서 사업을 꾸려왔는데
최근에 갑작스럽게 혼자 사업을 이끌게 되었다.
돈은 두 배로 벌지만 기존처럼 유지해야한다는 생각, 그리고 더 잘해야한다는 생각에 번아웃 상태에 이르게 된 것 같았다.
 
그런 언니가 엄마에게 힘들다며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했는데
엄마가 언니에게 '더 잘해야한다'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는 것이다.
언니가 답답한 마음에 자기가 원하는 것은 위로였다고 하니
엄마가 의외의 말을 했다.
외할머니가 살아 계셨을 때
엄마가 사는게 너무 힘들다고 외할머니께 말했는데
외할머니께서는 '버티라고, 더 잘해야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아직 아이들이 크고 있으니까.
 
언니에게 그 말을 듣는 순간 크게 놀랐다.
그 동안 왜 엄마는 내가 힘들다고 하면 '그런 말 하지 마라. 참아라. 버텨라. 더 잘해야한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17살 때부터 32살이 된 지난 15년 동안 내 말문을 턱 막히게 했던 엄마의 한 모습에 대해 이해가 되는 것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나는 공동체 안에서 어울리지 못했다.
외톨이로 살면서도 높은 성적 등 성공에 대해 강요받았다.
입사하고 연수원에서도 적응하지 못해 어려워하는 내게
엄마는 '언제 승진할거니? 빨리 승진해'라고 말했다. 입사한지 1~2주도 안 되어서 말이다.
 
나 스스로 이러한 성공 강박에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지난 과거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있다.
 
나의 친구 등 인간관계에는 어떠한 관심도 가져주지 않고
그저 남들보다 잘해야한다고 무의식 중에 강요하셨는데 도대체 왜 그러실까?
나를 통한 이기적인 대리만족이라는 것만으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전에 엄마 또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른 동료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이기적인 선택도 하면서 1등을 유지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서야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몰랐던 엄마의 삶을 조금 알게 되니
엄마가 왜 그랬는지 퍼즐이 맞춰지는 것이다.
 
우리 가정은 아빠가 30년이 넘게 술독에 빠져 계셨고
엄마가 가장으로서 생계를 유지했다. 가장 오래한 직업은 학습지 교사였다.
지금도 60의 나이로 다른 일을 하고 계신다.
 
서울로 다시 돌아가려는데 엄마가 내게 용돈을 쥐어주셨다.
요즘 들어 용돈을 주신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받는 것이 익숙치 않은 나지만
잘 받고 싶어 기쁘게 받았다.
엄마는 내게 최근 집안의 경조사로 받은 부조금을 모두 모아 나의 서울 집 전세보증금에 보탤 수 있도록 빌려주겠다고 하셨다.
 
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유튜브를 통해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를 반복해서 들으며
펑펑 눈물을 쏟았다.
 
그동안 내가 너무 미워했던 엄마지만
아낌없이 주려는 엄마의 사랑을 느꼈다.
그리고 나를 상처주었던 엄마의 말과 행동이 이해가 되면서
그렇게 살수 밖에 없었던 엄마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는 것이다.
 
나도 이제 상처를 딛고
엄마와 아빠, 그리고 언니를
사랑으로 안아줄 수 있을까?

그 동안 상처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서 지금의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했구나 싶었다.
 


https://youtu.be/16sinSiehQU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
내맘에 사랑 없으면
내가 참 지식과 믿음 있어도
아무 소용 없으니
산을 옮길 믿음이 있어도
나 있는 모든것 줄지라도
나 자신 다 주어도 아무 소용없네
소용없네
사랑은~ 영원하네
 
사랑은 온유하며
사랑은 자랑치 않으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불의 기뻐하지 아니하니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
내맘에 사랑 없으면
내가 참 지식과 믿음 있어도
아무 소용 없으니
산을 옮길 믿음이 있어도
나 있는 모든것 줄지라도
나 자신 다 주어도 아무 소용없네
소용없네
사랑은~ 영원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