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에 대한 집착…오은영의 금쪽상담소를 보며 해답을 찾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전세계적으로 영상 콘텐츠가 범람하는 가운데,
영상과는 아주 거리가 먼 내가 유일하게 가끔 챙겨보는 프로가 있다.
바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이다.
넷플릭스에서 회차 목록을 주욱 보고 흥미로운 사연이 있으면 한 편씩 보고는 한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데 있어서, 삶을 편안하게 살아가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이번에는 특별히 내가 고민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던 회차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중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공부 잘 하기로 유명했다.
원했던 대학교는 아니지만 적당히 명문대를 다니면서 대학생 때까지는 그 권위(?)를 가까스로 지켰다.
그런데 현재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면서 세상으로부터 전과 같은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전문직을 꿈꿨으나 어느새 32살이 되었고,
먹고 사는 것이 현실이라 이도 저도 못하고
남들과 비교하며 마음만 괴로운 상황에서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게 해준 회차들이었다.
우선 2022년 11월 4일 방영한 태사자 김형준씨 편이다.
만 45세 김형준씨는 1997년에 태사자로 데뷔해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태사자가 해체된 이후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재기해야할지 몰라 오랜 시간 방황하다가
현재는 택배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성공을 이룬 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우울증과 슬럼프 등 방황했던 김형준씨가 많이 이해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21년 전으로 돌아가 25살 청년이었던 형준씨에게 오은영 박사님이 해주고 싶은 말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태사자가 아니어도 형준이는 형준이야.
택배를 해도 형준이는 형준이야.
부모님의 소중한 아들이고
이 우주의 유일한 사람이고.
너는 너야.
앞으로 어려움이 있을거야.
원래 인생이 그래.
너만 겪는게 아니야.
다만, 그 과정에서 그냥 시도해보고 실패를 경험해봐.
그런다고 네가 못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야.
인생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발을 내디뎌보렴.
그리고 행복한 건 조건을 갖추는 것이 아니야.
그냥 일상의 순간 순간 벅찬 마음이 확 차오를 때지.
그걸 잊지 말고, 그걸 꽉 붙잡고 두려워하지 말고 첫 발을 내디뎌 봐.
너는 너야.
여기서 이름만 내 이름으로 바꾸어 스스로에게 말해줘 보았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모습이든 나는 나다.
그러니 내가 지금 세상이 인정해주는 전문직이 아니어도 실패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음 편은 2023년 3월 3이 방영한 박남정씨의 딸 박시우양 편이다.
언니인 아이돌 박시은씨를 동경하며 잠도 자지 않고 공부에 매진해 대입 5관왕의 영광을 차지했지만,
가족들은 시우양이 완벽주의로 인해 건강을 잃을까봐 염려하고 있었다.
오은영 박사님은 카인 컴플렉스를 언급하며
무의식 가운데 부모의 사랑을 얻기 위한 형제자매의 경쟁을 설명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외적 동기가 지나치면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나의 가치를 외부적 요인으로 평가판단할 수 있어 불안할 수 있다고 주의했다.
따라서 나만의 내적 동기를 찾고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 편을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엄마는 우리 자매를 충분히 보살펴 줄 시간이 없었고 경제 사정도 많이 어려웠다.
나는 늘 언니의 덤으로, 꼽사리로 학원에 같이 다녔다.
어렸을 적의 기억에도 '동생은 덤으로 좀 싸게 해서 해주세요.'라는 엄마의 부탁을 정말 많이 들어 선명하다.
입는 옷도 물건도 사촌언니나 우리 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들이었다.
거기에 우리 언니는 나를 늘 귀찮아하고 싫어했다.
상을 받거나 공부를 잘 하면 부모님의 관심을 끌 수 있었고
그것으로 내 존재를 증명했던 것 같다.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집안에서 나의 존재감이었고 나라는 사람의 가치였고, 나의 정체성이었다.
나는 상당히 외적 동기에 의해 살아왔던 것이다.
언니가 가고 싶어했던 학교의 학과를 간 것도 카인 컴플렉스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경쟁의식이 주변의 친구 등 인간관계에서도 나타났었던 것 같다.
왜 나는 유독 경쟁심이 강할까? 스스로 의아했던 부분이 풀리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두 편의 영상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않아도 되니 스스로도 편하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우정을 나누는데 있어서도 훨씬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진로 문제 또한 전과는 다르게 접근할 것이다.
32살 늦지 않았고, 이제는 나만의 기준인 내적 동기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담대히 나아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