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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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는 불충분한 나라서, 자꾸 무언가로 메꾸려 하였다회복의 여정 2023. 5. 13. 17:50
고등학생 때부터 부모님이 성공만을 강요해서 더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부모님의 강요가 내 어려움의 모든 원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은 불충분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충분한 돌봄과 사랑을 받지 못해서 외롭고 쓸쓸한, 우울한 기분 어린이집을 다니던 유아 때부터 이미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나를 드러낼 수 있는 무언가를 애타게 찾았다. 그것은 내 존재를, 내 가치를 증명해 내려는 비장하고 어두운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자꾸 무언가가 되고자 했던 것이다. 고등학생 이후부터는 인간관계 안에서 내가 부적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화롭게 섞이지 못하고 혼자 겉도는, 부유하는 느낌 그래서 그렇게 공부로 증명하려고 유명세로 증명하려고 외모로 증명하려고 거기에 매달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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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의 위로 - Queen의 Champion회복의 여정 2023. 3. 28. 23:24
오늘 일을 하다가 점심시간에 잠깐 책 『회복탄력성』을 읽었다. 나의 회복탄력성을 점검해보는 설문을 해봤는데 생활만족도가 유독 낮았다. 생활만족도에 해당되는 지문은 다음과 같았다. 내 삶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에 가깝다. 내 인생의 여러가지 조건들은 만족스럽다. 나는 내 삶에 만족한다. 나는 내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은 다 갖고 있다. 김주환, 『회복탄력성』, 위즈덤하우스(2019). 요즘 하는 일에 대한 오랜 회의감 때문에 삶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많이 소진된 상태로 겨우 버티고 있는데, 최근에 한시적으로 업무량이 급격히 늘어난 상태라 오늘은 왜 사람들이 자해하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책도 읽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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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에 대한 불만으로부터 벗어나기(부정적 신체 이미지 극복)회복의 여정 2023. 3. 26. 17:58
나는 매일 나를 단장해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160cm이 조금 안 되는 키로 얼굴이 작지 않아 비율이 뛰어나지 않다. 그래서 늘 5cm 정도의 굽 있는 구두를 즐겨 신는다. 마른 것이 장점이라 몸의 라인을 드러내기 위해 핏 되는 옷을 주로 입는다. 그래서 살이 좀 찌면 옷이 불편해지고 입기 힘들어진다. 한동안은 매일 고데기를 하기 위해 전날에 꼭 머리를 감고 자곤 했다. 쉽지 않다.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유지하고 있어도 키가 크든 가슴이 크든 아름다운 몸매의 여성을 보면 많이 부럽고 위축이 된다. 그냥 늘 내 외모에 대한 불만족이 있다. 연애를 하면서 내 외모가 내 애인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안 그래도 없는 자신감이 더 떨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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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에 대한 집착…오은영의 금쪽상담소를 보며 해답을 찾다회복의 여정 2023. 3. 19. 23:56
넷플릭스, 유튜브 등 전세계적으로 영상 콘텐츠가 범람하는 가운데, 영상과는 아주 거리가 먼 내가 유일하게 가끔 챙겨보는 프로가 있다. 바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이다. 넷플릭스에서 회차 목록을 주욱 보고 흥미로운 사연이 있으면 한 편씩 보고는 한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데 있어서, 삶을 편안하게 살아가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이번에는 특별히 내가 고민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던 회차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중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공부 잘 하기로 유명했다. 원했던 대학교는 아니지만 적당히 명문대를 다니면서 대학생 때까지는 그 권위(?)를 가까스로 지켰다. 그런데 현재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면서 세상으로부터 전과 같은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전문직을 꿈꿨으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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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던 나의 습관적인 우울함회복의 여정 2023. 3. 5. 23:59
요 근래 내가 직장에서 하루에 한 번은 우울해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매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주일에 3~4번은 다른 사람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며 우울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20대 내내 공동체에서 적응하기 어려웠다. 너무 외로운데 사람은 불편해서 내가 먼저 다가가도 그 누구에게도 친밀함을 느낄 수 없었다. 이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과제였고 또 한편으로는 짙은 열등감이었다. 친구 관계가 좋아 보이는 동료가 하는 작은 이야기 하나에도 ‘나는 왜 사람을 어려워할까. 나만 친구가 없는 삶을 살았어. 나만 외톨이고 나 혼자 적응 못하고 있는 것 같아.’라고 생각을 하고 있더라. 거기에 ‘내가 친밀함 문제만 없으면 지금처럼 살지 않을 텐데. 더 나은 직업에, 좋은 인연도 생겼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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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감사히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회복의 여정 2023. 2. 20. 21:38
나는 지난 2021년 12월에 가톨릭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식사 전에는 '식사 전 기도'를 하게 되었다. 식사 전 기도 ╋ 주님, 은혜로이 내려 주신 이 음식과 저희에게 강복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오늘 하루 온갖 불안과 우울, 걱정으로 마음이 휘몰아쳤어도 저녁 식사 전에 기도를 드리면 마음이 다시 겸허해지고 행복해진다. '그래 맞아. 이렇게 따뜻하고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해' 삶이 단순해지고 평화로워진다. 사실 내게 한 끼의 식사는 큰 의미가 있다. 아빠는 늘 술에 취해 계셨고 엄마가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셨기 때문에 집에 음식이 없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라면을 끓여먹거나 안 먹거나 했던 것 같다. 초등학생 2학년 때 정도였나 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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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힘듦을 인정해주지 않는 엄마에 대한 이해회복의 여정 2023. 2. 19. 21:20
오랜만에 본가에 다녀왔다. 밤늦게 언니와 함께 자려고 누워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니는 자영업자로 그동안 동업자와 둘이서 사업을 꾸려왔는데 최근에 갑작스럽게 혼자 사업을 이끌게 되었다. 돈은 두 배로 벌지만 기존처럼 유지해야한다는 생각, 그리고 더 잘해야한다는 생각에 번아웃 상태에 이르게 된 것 같았다. 그런 언니가 엄마에게 힘들다며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했는데 엄마가 언니에게 '더 잘해야한다'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는 것이다. 언니가 답답한 마음에 자기가 원하는 것은 위로였다고 하니 엄마가 의외의 말을 했다. 외할머니가 살아 계셨을 때 엄마가 사는게 너무 힘들다고 외할머니께 말했는데 외할머니께서는 '버티라고, 더 잘해야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아직 아이들이 크고 있으니까. 언니에게 그 말을 듣는 순간 크게..